여전히 세상은 어둡고 칙칙하고 우울하다. 전체 실업률은 줄기도 한다는데 '청년
백수'는 나날이 증가해 10명당 1명꼴. 통계청 통계가 그런 것이지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더할 터. 겉은 '스펙 쌓기'에 열중인 듯
싶지만
속내는 우울증·소화불량·불면증·두통에 시달리고 절반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조사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청년창업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강북 소재 한 건물의 시설 관리자가
빈방 문들을 꼭꼭 걸어 잠그는 이유가 그러하다. 혹시 모를 자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여기,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청년 4인방, 아니 '펭귄' 4마리가 있다.
잠시 남극의
펭귄을 상상해보자. 먹잇감을 찾아 뒤뚱뒤뚱 떼를 지어 바다로 향하는 펭귄들.
정작 물에 뛰어들기 직전 제자리에서 머뭇거린다. 범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한데 무리 중 한 마리가 몸을
바다에 던지자 나머지도 우르르 그를 따른다. 제일 먼저 몸을 던진
'최초의 펭귄(First Penguin)'. 영어권에서 통용되는 용기 있는 도전자를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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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백승기 마이크임팩트 한동헌 대표. 열정디자인 염지홍 대표.
레인디 김현진 대표.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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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염지홍·최재영·한동헌씨가 그들이다.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고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엉뚱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종은 다양하다. IT 분야의 김현진씨는 '길거리
정보'라는 온라인 지도 검색의 미개척 분야를 콘텐츠화해 구글에 맞서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고, 국내 유수의 경영컨설턴트 회사를
때려치운 한동헌씨는 '강연
콘서트'라는 신개념 강연 매니지먼트 사업을 벌여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등 대박
작품을 여럿 냈다. 대기업에 다니던 최재영 대표는 카페를 열었지만 커피 파는
일보다 "고객의 성취를 돕는다"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대학가를 공략하고 있고, '열정 디자이너'라는
지구상에 하나뿐인 직종을 만들어낸 염지홍씨는 "전 국민이 비즈니스 타깃이다"라며, 최근에는 '옷걸이
독서대'라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몇몇 특출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세대론에 따르면,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연령대인 이들은 IMF 외환위기 세대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걸 지켜봤고 자신이 취업 시장에 나갈 시점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무한경쟁의 실체를 체감했다. '97학번, 재수 없는 학번'이라는 김현진씨는 '한국경제 위기론'에 대해 차라리 이렇게 반문했다. "내 인생의 절반이 위기였어요. 위기가 아닌 건 대체 뭔가요. 어느 날은 택시 기사에게 물어본 적도 있어요. 어떻게 옛날에는 회사에서 안 잘리고 30년씩 다닐 수 있었냐고." 대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해고되자 가족 모두가 생존을 위해 뛰어든 피자 가게. 염지홍씨는 근 10년 배달 일을 하며 1년에 크리스마스 하루만 쉬고 부모님을 도왔다. 그렇게 단련되었기 때문일까? 위기를 기회로 긍정한다. "위기라야 저 같은 사람이 얘기할 기회가 생겨요." 아이디어 많은 그는 피자 가게 일을 할 때 소액권 유통을 기획한 '렛츠 코인' 캠페인을 벌여 여러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더욱 강화된 신자유주의 위기 속에서 청년기를
보냈지만, 생존경쟁에 매몰되거나, 계급 적대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짱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치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20대 초반을 관통하면서 이들은 '광장'(2002년 한·일
월드컵, 촛불집회, 대선)을 경험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꿈은
이뤄진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때문일까? 이들 4인방은 돈 너머의 가치를 중시했고
사람을 소중히 여겼으며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IMF 세대'의 신기업가 정신
이들은 회삿돈을 월급으로 챙기지 않았다.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거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강연이었다. "라인 노동자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잖아요. 뭔가
다른 일을 찾도록 돕고 싶은 거죠. 저의 생생한 스토리를 듣고 '저
정도의 사람도 하는데 나는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염지홍) "대부분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비범하잖아요. 대학생에게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자괴감을 주는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안에 비범함이 숨어 있죠. '명사 발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우리 이웃과 같은 직업인
여섯 분을 모셔다
강연을 진행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어요."(최재영)
강연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한동헌씨는 강연은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지금이 융합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자기
분야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예요. 경험과 지식의 통섭이 필요하죠.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요?" 김현진씨는 아예 강연
'조기교육'에 나섰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강연하기를 즐긴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가치관이
고정되어 있어요. 강연을 듣는
순간은 감동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외환위기로 쓰러지거나
주변에서 창업했다가 망하는
걸 많이 봐서 그런지 공포와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초등학생 강연이
좀
산만하긴 해도 재미있어요. 요즘 아이들 알 거 다
알아요. 그런데 미디어에서 접하는 게 주로 연예인이다보니 다 연예인을 꿈꾸죠. 사업가가
매력적으로 비춰지지도 않고 역할 모델도 없다보니 관심 밖인 거지요."
이들은 하나같이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애플·구글·삼성 등 스마트폰의 플랫폼
경쟁이
한창인 요즘, 이들이 구축하려는 플랫폼은 '사람'을 위한 시스템과
환경이었다. 그런데 그게 그토록
행복한 일일까?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행복해요. 진짜 내 모습대로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한동헌)
"요즘 스스로 하는 캠페인이 있어요. 집에 가서는 회사 생각하지 않기.
월요병? 전 그런 거 없어요."
(최재영)
박형숙 기자
/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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